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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7-04 01:58
2003년 6월 26일 홍콩
 글쓴이 : lelie
조회 : 7,838  
어제 홍콩친구를 만나고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술을 마셨다. 꺼거가 마시던 칼스버그.
난 칼스버그의 그 신맛이 싫어. 하지만 꺼거손에 들린 칼스버그의 초록색 맥주병을 봤던 그 순간부터 난 신맛나는 칼스버그 맥주를 지나칠 수가 없다.

이제 만다린에서 떠나야지.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겨놓는다.
만다린에서 프린스 에드워드 빌딩으로, 그곳에는 꺼거가 찾았던 헤어드레서의 샵이 있다. 첫 날 빌딩안에서 마주친 그를 보고 우리는 인사를 할 뻔 했다.
프린스 에드워드빌딩에서 랜드마크로. 꺼거가 차를 마셨던 랜드마크...


파파라치가 쫓아다니건 말건 우리의 꺼거는 완전히 개방되어있는 그곳에서도 친구들과 유쾌하게 차를 마신다. 그저 우연히 홍콩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꺼거를 봤다면 기분이 어땠을까.
이제 그런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여행을 우리는 왜 계속하고 있는것일까.
멀찌감치 떨어져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그곳을 바라보다 센트럴의 hmv로 들어선다.
우리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시디와 디비디와 사진집등을 산다. 도저히 들고다닐 수 없을정도의 그것들을 우리는 그곳에 맡겨둘 수 밖에 없다.

친절한 우리의 홍콩친구는 해피밸리에서 우리가 헤맸던 그 곳들을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꺼거가 정말로 즐겨 찾았다던 해피밸리의 일본식당도.

Japanese restaurant.
그 일본식당은 우리가 헤맸던 그 길가에 아무렇지도 않게 서있다. 웃음이 난다. 저리도 작고 소박한 곳일줄은…


그곳에서 우리는 가능한 다양한 메뉴를 시켜본다. 그저 특별할 것 없는 일본 음식들. 하지만 맛은 특별하다.
꺼꺼는 어떻게 이렇게 아무렇지도않아 보이는 이곳에서, 이런 특별한 맛을 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장어덮밥과 다양한 캘리포니아롤. 우동과 튀김들. 우리가 가본 중 가장 소박한 그곳은, 꺼거가 정말로 자주 즐겨찾았던 곳이다. 꺼거의 일상은 정말 소박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꺼거가 즐겨 찾았던 bar가 있다. 우리가 가장 가고싶어했던 해피밸리의 bar.
정말 너무해. 이곳은 우리가 아무리 해피밸리를 샅샅이 뒤진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어. 이곳이 bar라는 것을 누가 알겠어. 더군다나 낮에는 철문이 굳게 내려있다. 이곳은 홍콩팬들 조차 가보지 못했다는게 이해가 간다.
꺼거가 걸었던 해피밸리의 언덕을 내려온다.

홍콩중앙도서관


홍콩중앙도서관의 10층의 한 구석에서 꺼거의 조그만 전시회가 6월 말까지 열린다.
10층의 한 구석에서 유리상자들에 들어있는 꺼거의 자료들을 본다.
그렇게 조그만 규모일줄은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꺼거가 직접 손으로 그린 악보들이 있다. 그 악보만으로 그 조그만 구석을 찾을 가치는 충분하다.
도서관에서는 그것을 보러 온 우리가 마냥 신기하다. 하지만 사진촬영은 절대 안된다고 못을 박는다. 우리는 그 유리상자에 붙어 꺼거가 직접 손으로 그린 그 악보들을 한 시간동안 바라본다.
우리는 참으로 신기한 관광객들이다.

페닌슐라 호텔
다시 센트럴로 돌아와 hmv에서 시디들을 찾는다. 바로 옆 만다린까지도 들고갈 수 없을만큼의 무게. 단출한 짐을 가지고 왔던 우리는 엄청난 쇼핑백들과 함께 페닌슐라로 가는 택시를 탄다.
만다린과 페닌슐라는 분명 다르다. 둘은 다르지만 만다린도 페닌슐라도 모두 꺼거가 왜 즐겨찾았는지를 알 것 같다.
페닌슐라는 꺼거가 자랑스러워 했던 그 높은 천장만큼 모든 것이 고풍스럽고 완벽하게 화려하다.
마음이 만다린에서보다는 조금은 느슨해진다.


체크인을 하고 웰컴티를 마시고, 로비에서 hong언니를 만나 애프터눈티를 마신다. 꺼꺼가 자랑스러워 했던 높다란 천장을 바라본다.
이렇게 사람이 북적이는 개방된 공간에서, 꺼거는 인터뷰 도중 갑자기 일어나 천장을 바라보는 자신을 찍으라고한다. 그래야 아름다운 천장과 함께 찍혀 진정한 페닌슐라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고. 사실 내눈에는 천장의 화려한 황금빛 무늬보다 꺼거가 더욱 빛났다.
지금은 그냥 황금빛 무늬의 천장만이 있을 뿐이다. 그 화려한 황금빛이 눈이 부셔서인지 눈물이 고인다.



애프터눈티를 마신 후 우리는 꺼거의 집으로 향한다.
우리의 작은 난은 집앞에 없다. 집 안으로 들어갔나봐.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게되어 다행이야.
집에는 불이 켜져 있지만, 첫날처럼 시위하듯 구석구석까지 켜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집 앞 2층 발코니에 우리의 난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에게 보이려는 것 처럼 가장 앞쪽에...
우리의 마음을 빼앗은 작은 난은 꺼거의 집에서 자라고 있다.

우리의 작은 난이 놓여있는 발코니를 좀 더 자세히 보기위해 목을 빼고 집안을 들여다 본다. 그리고… 열려져 있는 발코니쪽 현관문으로 당선생이 나오고, 눈이 마주친다.
몸이 굳고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여전히 표정없는 그는 고개를 돌려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나도 고개를 돌린다.
언제나 닫혀있던 그 문이 열려 있는 것을 왜 몰랐을까. 왜 굳이 집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을까. 죄를 지은 것 같은 마음에 서둘러 집앞을 떠난다. 집 뒤로 향하니 뒤쪽 테라스에 불이 환하게 켜져있다. 2층 뒤쪽 테라스에서 파티라도 있는 듯 보인다. 그래서 그 집에 생기가 있어보였나보다.
나는 결국 그곳에 살고있는 그를 방해하고 말았다.

다시 홍콩섬으로 향한다. 이번 여행은 오히려 홍콩섬이 마음이 편하다.
첫 날 우리앞에 우연히 나타난 퀸즈까페를 찾아간다.


이곳을 모델로 위니종정을 만들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옛 위니종정과 같은 메뉴들이다.
꺼거가 위니종정에서 다카코에게 대접했던 스테이크를 시킨다. 러시아식 양배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