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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7-08 00:24
2003년 6월 27일 홍콩
 글쓴이 : lelie
조회 : 8,092  
홍콩에서의 세번째 아침.
꺼거가 사랑한 페닌슐라의 천정아래서 아침을 먹는다.
hong언니가 떠나고, kelly와 둘이 남았다.

홍콩소아암기금
또다시 주소를 들고 거리를 헤맨다. 센트럴역에서 무작정 주소에 나와있는 거리로 나간다.
25번지쯤에서 125번지까지. 간간이 비가 내리는 홍콩섬을 걷는다.
주소는 점점가까워오고, 셩완역이 나올때쯤 125번지의 건물을 발견한다.


평범하고 다소는 초라한 오피스 건물에서 홍콩소아암기금의 사무실을 찾는다.
이곳을 꺼거가 지속적으로 후원 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얼마전 홍콩팬에게서 듣게된 꺼거의 총 기부액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 후원을 하고 싶다고 얘기를 한다.
지난번 홍콩팬을 통해 후원을 할때의 담당자를 찾는다. 적은 금액이지만, 우리는 꺼거의 마음을 담아 그들에게 건넨다. 그리고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후원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
몇몇 인쇄물들을 훌어보는 사이 그녀가 묻는다.
영수증은 꺼꺼의 이름으로 작성할까요?
그들이 계속 꺼꺼의 이름으로 후원받을 수 있기를....
꺼거의 이름이 담긴 영수증을 받아들고, 그곳을 나온다

센트럴에서 셩완역까지 걸어온것이 헛된것만은 아니었다.
홍콩소아암기금 사무실이 있는 건물 바로 건너편에 마카오 페리 터미널이 있다.

홍콩에서 마카오는 한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마카오행 1시 15분 배를, 홍콩행 4시 30분 배를 예약한다.
꺼거가 마카오 촬영때 인터뷰를 했던 세나도 광장만 보자.
그리고 마카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성바오로성당유적만 슬쩍 보고오지뭐.
예상되는 마카오 체류시간 2시간.

세나도광장


택시로 이곳까지 오면서 본 마카오는 생각보다 더 우울하고, 그다지 이국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인적이 없던 마카오지만, 이곳만큼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포루투칼령이었던 이국적인 느낌도 비로소 찾을 수 있다.

홍콩이 아닌 곳에서 우리는 참으로 참을성이 없는 관광객이 되버렸다.
해피밸리를 몇시간이고 헤매도, 소아암기금 사무실을 찾아 센트럴에서 셩완역까지 비를 맞으며 걸어도, 홍콩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우리는,
꺼거가 사진을 찍었던 세나도 광장을 지나, 성바오로성당 유적을 찾는 동안 길을 조금 헤맸고 이내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성바오로성당을 찾아가는길.
결국 제대로 길에 들어섰다. 얼른 보기만 하고 돌아서자. 마카오에서는 2시간도 긴 시간이야.
드디어 성당으로 향해 나있는 조그만 언덕이 나오고, 몇발자국만 떼면 바로 성당이 나온다.
나는 갑자기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 거짓말처럼 꺼거가 웃고 있다.


그 가게는 마카오에서 유명한 과자전문점이었다.


우리는 이미 그곳으로 들어와있다.
몇가지를 산다. 분명 꺼거도 그곳에서 무엇인가를 샀을것이므로.
계산을 하려는데 그녀가 친절하게 이것저것 먼저 묻는다.
친절한 그녀 덕분에 꺼꺼가 그곳에서 무엇을 샀는지 듣는다. 내가 골랐던 것 중에 하나.
꺼거와 나는 같은 선택을 했다.
우리는 짜증을 완전히 털어내고 마카오를 떠난다.

돌아오는 길에 캘리포니아 롤을 사들고 호텔로 들어선다.
우리는 의외의 곳에서 활짝 웃는 꺼거를 봐서 긴장이 풀어진것이 분명하다.
잘못된 선택을 하고만다. 호텔룸에서 꺼거의 디비디를 보자.

작년 꺼거가 혹시 나오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매염방의 콘서트에 갔다.
꺼거가 나온다면 아마 마지막일꺼야. 마지막 표를 사고, 콘서트 날짜는 연장에 연장을 한다.
더이상 그곳에 계속 있을 수 없어. 결국 연장의 연장의 마지막 날은 보지 못했고,
꺼거는 그 연장의 연장의 마지막에 등장했다.

야속한 마음에 아직 제대로 보지 않았었다.
디비디를 켜고 침대에 비스듬히 눕는다. kelly는 침대에 걸터앉는다.
절대방화가 끝나고, 연분의 전주가 흐른다.
더이상 kelly에게 들키지 않을 수가 없다.
입을 막아도 소리는 새어나오고, 눈물은 더이상 닦아낼 수도 없다.
어깨는 들썩이고, 나는 나를 감당할 수가 없다.

방안에 어둠이 짙게 깔리고, 우리는 방심한 댓가를 톡톡히 치렀다.

서로를 위해 기운을 내자.
일단 밖으로. 뭘 먹는게 좋을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새우가 듬뿍 들어간 죽을 먹자. 내가 좋아하는 그 식당에서.

침사쵸이의 hmv를 지나다 kelly가 문득 그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미 감당할 수 없을만큼의 것들을 사버렸지만 그냥 한번만 더.
빨라도 일주일 후에나 나온다던 88연창회 디비디와 시디가 진열장을 채우고 있다.
춘광사설 영상집도 재발매가 되었다.
꺼거가 우리의 기분을 달래주는 것일까.
벌게진 얼굴과 부은눈을 하고 다시 그들의 중요한 고객이 된다.

우리는 내일 홍콩을 떠난다. 감당할 수 없게 불어버린 짐을 감당할 수 있는 크기로 정리를 하고,
페닌슐라의 화려하기 짝이 없는 욕조에 몸을 담근다.
한번 놓쳐버린 굳은 마음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다.
머리끝까지 물속으로... 그곳까지는 이렇게 얼마를 있으면 되는 것일까.
.
.
.
나는 다시 물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아직은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