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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5-19 11:12
3월 31일, 그 누군가의 추억(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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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의 씁쓸하면서 감미로운 한 잔 술을 떠올리며

글 : 葛大維(대만 연합신문 영화 전문 기자)

생전 장국영은 맥주 반 잔에 오렌지주스 반 잔을 섞어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 잔을 비우고는 "이게 바로 인생의 맛이지."라고 말하곤 했다. 당시에는 그 이유를 자세히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그로부터 수 년이 흐른 후에야, 원래 인생이 이처럼 ‘절반’의 묘미가 가득하다는 걸 직접 느낄 수 있었다.

1993년 도쿄영화제 청년감독경선부분의 심사위원자격으로 초청된 장국영은 차이밍량 감독의 ‘靑少年哪吒’ 동상 수상 축하파티에 참석했다. 그는 파티장을 한차례 돌더니 자리에 앉았다. 아마도 여기저기에서 인사를 나누느라 갈증이 났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마실 것을 찾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오렌지주스와 맥주를 보더니, 두말 할 것도 없이 맥주 반 잔에 오렌지 반 잔을 부었다. 그리고는 굉장히 흡족해하며 “이게 바로 인생의 맛이지.”라고 말했다. 그에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던 찰나에 그는 또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이끌려 사라졌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패왕별희’가 상을 타지 못한 그 날 밤, 많은 이들이 실망을 금치 못하고 일찌감치 호텔로 돌아갔다. 당선생과 함께 밤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나와 마주친 장국영은 야식을 대접하겠다고 했다. 조그만 일본 음식점에서 그는 당선생을 위해 군만두와 따뜻한 일본 사케를 주문했다. 장국영의 굳었던 얼굴색이 부드럽게 바뀌더니 금새 불그스름해졌다. 그 당시에는 오렌지주스와 맥주에 대해서 물어볼 생각은 전혀 하질 않았다. 그리고 다시는 그에게 질문을 던질 기회가 없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작년에 아카데미시상식 취재차 로스앤젤레스에 갔다.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마운틴’은 최우수작품상 대신 감독상을 수상했다. 축하파티 석상에서 평소 성격 좋기로 유명한 이안 감독의 얼굴은 편치가 않았다. 하지만 스텝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술을 몇 잔 마시더니, 그제서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보조개를 띠우면서 웃었다. 어찌된 일인지 그런 그의 모습에서 장국영의 모습이 겹쳐졌다.

다음 날 저녁, 비행기 출발시간까지 여유가 생겨 점심에 썬셋대로로 나갔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으며, 그날 밤 장국영과 야식을 먹던 일본식당을 찾았다. 분명히 ‘Book Soup’이라는 서점 부근의 골목 안에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길가에 있는 작은 식당으로 들어가서 오렌지주스와 맥주를 주문하고는, 그가 그랬던 것처럼 반씩 섞어서 마셨다. 그 순간 내 귓가에는 ‘달콤함과 씁쓸함이 꼭 우리네 인생 같지 않은가?’라는 말이 맴돌았다. 오랫동안 궁금해왔던 일은 이제 더 이상 물어볼 필요가 없게 됐다. 하지만 오렌지주스와 맥주를 섞어 마실 기회가 다시 생긴다면, 그때는 멀리 있는 장국영에게 건배를 하는 걸 잊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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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언제 지나가나 했더니,
벌써 5월도 거의 다 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