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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경제일보] 내 인생 3인의 감독
  
 작성자 : 12956
작성일 : 2006-08-15     조회 : 2,608  


 

 

홍콩 경제일보 1995년 4월 4일자

 

 

장국영 – 내 인생 3인의 감독

 

 

인터뷰에 앞서

 

난생 처음 북경에 발을 들여 북경영화제작소와 천안문, 고궁을 방문했다… 말로 형용할 수 있는 이 모든 복잡한 심정과 경험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옅어지겠지. 하지만 북경에서 장국영과 난생 처음 마주앉아 한 인터뷰만큼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겠지.

 

 

인터뷰

 

황백명, 우인태 감독은《야반가성》의 초기구상 때부터, 남자주인공은 반드시 당신이 맡아야 된다고 했다는데, 이로 인한 심적인 부담은 없었나요?

 

- 없었어요.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죠. 사실 영화계에 진출한 이후로 제가 연기보다는 말끔한 이미지로 돈을 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었죠. 이번 《야반가성》의 후반부에서는 잘생긴 외모가 아닌 부상당한 얼굴로 등장하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연기를 해야 했었죠. 제겐 새로운 시도와 도전인 셈이라서, 제대로 소화해 냈기 만을 바랄 뿐입니다. 새로운 배역을 잘 소화해 낼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기회였던 셈이죠.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음악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가수 출신인 저는 자연스럽게 극중 배역에 몰입할 수가 있었어요.

 

서양의 《오페라의 유령》과 중국에서 이미 개봉된 바 있는 《야반가성》과 같은 작품들이 당신의 연기

에 영향을 줬나요?

 

-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상세한 토론을 거쳤는데, 최대한 이전의 작품은 배제했죠. 사실 음악 처리 방식에 있어 실험성이 강한 대담한 시도를 했어요. 대사뿐만 아니라 노래도 전부 북경어로 했거든요. 또한 동시 녹음에다 뮤지컬창법까지 사용해야 했죠. 전부 3곡을 만들었는데, 영화 내용과도 굉장히 잘 어울려요. 이 곡들에 저의 음악과 관련된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답니다.

 

영화계에 진출한 이래, 초기의 《고수》, 《갈채》, 중기의 《연분》, 《용봉지다성》, 성숙기의 《아비정전》과 《패왕별희》와 같은 작품들을 보면 연기 변화 단계가 확연하게 느껴지는데요. 이런 작품들을 돌이켜보면 어떤 생각이 들죠?

 

- 변화는 당연한 거죠. 제 요구사항 역시 점점 더 높아져가고 있어요. 물론 《고수》나 《용봉지다성》같은 작품들이 형편없는 영화란 뜻은 아니에요. 단지 그 당시 관중들의 저에 대한 생각은 그저 "아! 장국영의 연기방식은 이렇구나."였죠. 90년대의 관중들은 장국영이 《아비정전》이나 《패왕별희》같은 영화에 출연하기를 원했죠. 사람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듯이,  지금의 저에게 젊은 배역을 제의한다면 그건 불가능해요. 따라서 전 좋은 감독과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서 저에 대한 관중들의 요구와 기대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한 그런 작품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죠. 제가 출연하는 모든 영화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 방식으로 당신만의 연기 스타일을 확립했나요?

 

-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죠. 다년간 쌓아온 경험을 통해 저만의 스타일을 갖게 됐죠.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고, 다양한 영화 감독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요구에 따라 빼거나 더하기도 하죠.

 

유명 배우인 로버트 드 니로 조차도 작은 부분이나마 자신의 과거 연기를 반복한다는 느낌을 주는데, 당신도 연기를 하면서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이전에 성공적으로 해냈던 연기스타일을 중복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되진 않나요?

 

- 《풍월》을 찍으면서,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봤어요. 그래서 전 많은 부분들을 추가했죠. 이건 배우가 직접 깨달아야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자신의 예전 연기 스타일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요. 새로운 감독을 만나야만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죠.

 

하지만 첸카이거나 우인태 감독과는 이번이 처음 작품이 아니었잖아요?

 

- 우리는 얼마든지 다시 같이 일할 수 있죠. 이전처럼 즐겁게 말이죠. 사실 전 여전히 서로의 일하는 태도를 좋아하고, 상대방의 일하는 스타일을 존중해요.

 

당신과 같이 작업했던 왕가위, 우인태, 첸카이거 이 세 감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서로 어떤 영향을 줬죠?

 

- 중국 출신인 첸카이거 감독은 중국적 느낌이 강하죠. 사람들은 그가 현대물을 찍는다면 그 느낌이 덜할 거 같다고들 말하곤 하죠. 아무래도 감독의 스타일은 지역성을 띠고 있나 봐요. 우인태 감독은 서구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고, 왕가위 감독은 아주 오래 전 홍콩사회의 느낌을 가지고 있어요. 세 사람 모두 각자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죠.

 

그들 세 감독과의 관계를 묘사하자면, 당신은 어떤 감독을 더 좋아하나요?

 

- 글쎄요. 직접적으로 뭐라 말하기는 힘들어요. 모두 다 장단점이 있는걸요. 저 역시도 부족한 점이 많은걸요. 저 역시 자꾸만 예전의 연기스타일을 되돌아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감독도 마찬가지죠. 감독들이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호되게 비평을 받는 것도 변화를 시도하려고 하기 때문이죠. 때문에 감독과 배우는 서로 합심해야 하죠. 배우는 감독의 요구사항에 맞춰서 최선을 다해야 하고요.  

 

최근에는 예술 영화들을 많이 찍어서, 이미 국내와 해외 관객들의 인정을 받았잖아요. 하지만 다른 국제 영화제에서도 상을 타고 싶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는 뭐죠?

 

- 사실 배우라면 상을 포기할 순 없죠. 물론 일부러 상을 타기 위해서 영화를 찍지 않아요. 하지만 상이라는 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수는 있죠. 저의 이런 생각엔 동의하는 사람이 있겠죠.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리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배우에게는 하나의 목표가 있는 셈이에요. 만일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타서, 모두가 장국영은 다른 나라에서도 인정을 받는구나.라고 생각한다면, 전 굉장히 큰 힘을 얻게 되는거죠.

 

하지만 이런 것들을 초월해서 음악계를 은퇴한 당신이 영화분야에서 상을 타서 인정을 받고 싶다는 발언은 모순이 아닌가요?

 

- 원래 사람은 모순으로 가득찬 동물이죠. 단지 상황과 때에 따라서 다를 뿐이죠. 더 이상 예전처럼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 없이, 그저 편안하게 영화를 찍으면 되는 걸요. 물론 음악계에서도 마찬가지지요. 하지만 요즘처럼 그저 보이는 것만 치중하는 홍콩 음악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여러 해 동안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오늘날 이 자리에까지 올라섰는데, 사물을 보는 각도가 남달라 보이네요. 하지만 갓 데뷔한 신인은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데......

 

- 신인이라면 무엇을 이해하거나 요구할 필요가 없죠. 결국엔 다른 사람의 요구에 따라 정상을 바라보면서 노력해야 하는 거죠. 지금의 저 또한 모든 일에 있어 최선을 다해야 하죠. 일단 출연료를 받고 나면 영화종류나 스케일에 관계없이 저의 모든걸 쏟아야만 하는 거죠. 《패왕별희》에 출연하고 《가유희사》를 찍었어요. 《가유희사》와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편이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 반대죠. 하세편(설날 특집 영화)은 정말 촬영하기도 힘들고, 연기하기도 어려워요. 왜냐하면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죠. 예술영화는 감독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역시 그만의 독특한 요구사항이 따라오게 마련이기 때문에, 배우는 그 요구에 맞추면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구사항이 제각각인 상업영화는 배우가 손해를 입을 위험이 더 크죠.

 

예술영화를 찍고 오락영화를 찍는 건 마치...

 

- 어느 정도 운이 따라야 된다고 생각해요. 전 이런 기회들을 굉장히 즐기는 편이죠. 소위 예술 영화라는 말하는 영화에도 출연했고, 《금지옥엽》과 같은 오락영화에 출연해서 굉장히 큰 성공을 거뒀죠. 모두가 여러 해 동안 노력한 결과죠. 사실 이런 결과들에 굉장히 만족해요. 

 

이 시점에서, 자신의 음악과 영화의 성적을 총괄해본다면?

 

- 가수는 이미 과거의 일이지만, 영화 분야에서만큼은 계속해서 많은 영화인들과 일하고 싶어요. 최근에는 홍콩 여배우인 소방방씨가 허안화 감독의 《여인사십》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듯이 중국, 홍콩, 대만의 영화인들이 모두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어요. 앞으로 저는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를 다 섭렵해 보고 싶어요.

 

 

* 9월 12일...

  이제 한달도 채 남질 않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