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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명보주간] 임빙과의 인터뷰
  
 작성자 : 12956
작성일 : 2006-08-16     조회 : 2,726  

 


 

명보주간 1518期

(1997년)

 

林氷과의 인터뷰

 

 

 

: (멀리서 걸어 들어오는 장국영을 바라보면서 유쾌하게) 이런! Leslie, 안색이 너무 좋은걸요. 최근에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봐요.

 

: 누님, 누님 안색도 정말 좋은 걸요, 주식이 올랐나봐요?

 

: 한번 손해 본 뒤로는 다시는 하지 않는 걸요. 결과가 뻔하잖아요. 그때 이후론 다시는 주식은 손 대지 않고 있죠. 이익을 얻던 손해를 보던 결국 결과는 똑같더라구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주식에는 손을 안 대죠. 왜 안 하는지 그 이유를 아세요? 동료 배우인 석천(石天) 때문이에요. 몇 해 전에 주식이 엄청 떨어졌었잖아요. 그때 석천이 영화 촬영 중간에 전화로 주가를 알아보고는 한시간 가량을 멍하니 있더니, 촬영을 계속 하질 못하더군요. 그때 그의 그런 모습을 목격하고 나서는, 주식을 살 생각이 전혀 나질 않았어요. 당신 말대로 결과는 언제나 똑같잖아요.

 

: 최근에 嘉云台에 있는 집을 팔았죠? 홍콩 부동산업 경기가 나빠질 거라고 보나요?

 

: 그 집을 판 건 부동산 경기를 걱정해서가 아니에요. 아직 팔지 않고 가지고 있는 집도 있는 걸요. 어머니가 살고 계신 집도 제 소유로 되어있지만 팔 생각은 없어요.

 

: 최근에 기분이 굉장히 좋다고 들었는데요?

 

: 그래요. 광동에서 《구성보희》를 촬영하면서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거든요. 이 영화는 성공할 거 같아요. 왜냐하면 영화를 찍으면서 느낌이 좋았거든요. 느낌이 좋으면 성공하죠. 항상 그런 느낌이 오는 건 아니거든요.

 

:  哥哥가 평소와는 다르게 먼저 이렇게 홍보성 멘트를 날릴 때도 있네요~

 

: 황백명에게 감사하죠. 이런 시기에 영화촬영을 강행해서 많은 연기자와 스탭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었잖아요. 요즘 같은 불황에 정말 힘든 결정이죠.

 

: 哥哥 당신한테도 감사드려야 하는 일이 아닌가요. 당신이 출연료를 낮추지 않았다면, 황백명이라고 해도 영화를 찍을 생각을 못 했겠죠. 덕분에 모두가 일자리를 얻게 된 거죠. (장국영의 옆 자리에 앉아있던 黃小淸이 끼어들어서 "방금 하신 말씀이 哥哥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에요."라고 말한다.)

 

: 하하. 누님. 《구성보희》 촬영은 곧 끝나요. 1월에는 상해에서 새 영화를 촬영할 예정인데, 이번에는 출연료를 낮추지 않고 충분히 받을만큼 받았죠. 한푼도 깍지 않았어요. 榻嘉珍이라고 아시죠? 그 사람이 절 찾아왔어요. 사실 베를린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석 요청이 있었는데, 안 가기로 했어요.

 

: 왜 안 가요?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이라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데. 감독에게 말해서 며칠 휴가 내서 가면 되잖아요. 감독이 누구죠?

 

: 중국 본토 감독인 엽영인데, 중국 내에서 꽤 흥행 성적이 좋은 감독이죠. 이번 영화는 대사의 80% 이상이 영어고 20%가 중국어죠. 전 1930년대 중국 공산당원 역을 맡았답니다.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하려면 13일이나 스케줄을 빼야되는데, 다음에 기회가 또 있겠죠.

 

심사위원의 일반적인 심리

 

: 다음이라뇨, 다음에도 심사위원을 할 기회가 있을 거 같아요? 다음에는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찾을 수도 있잖아요.

 

: 영화촬영 스케줄이 너무 바빠요. 허안화, 엄호 같은 감독들이 내년에 같이 영화를 찍자고 제의해 왔어요. 하하. 아마도 제가 퇴직금을 많이 벌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절 찾아오는 거 같아요.

 

: 퇴직금이 왜 필요해요? 龜背灣에 있는 집도 팔고, 嘉云台에 있는 집도 팔고, 게다가 콘서트 수입도 있는데, 도대체 이렇게 많은 현금으로 뭘 하려는 거죠?

 

: 전 그런 건 잘 몰라요. 누님, 이렇게 바쁜데, 돈 관리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 현금을 처리할 ‘금융 컨설턴트가 있으면서~

 

: 뭐 드시고 싶으세요. 뭐 좀 주문하죠.

 

: 훈제연어로 할래요.

 

: 하하, 저도요. 저도 그걸 먹고 싶었는데, 스프도 시키세요. 양파스프는 어떠세요?

 

: 좋아요. 그럼,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대만 금마장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거라고 확신하나요?

 

:  확신하냐구요? 물론 아니죠.

 

: 그렇군요. 사람들은 양조위가 탈 거라고 예상했는데, 결국 후보에도 안 올랐잖아요. 심사위원단은 일반 관중들의 틀린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럼, 누가 당신의 경쟁자라고 생각하나요?

 

: 제 오랜 경험에 비춰볼 때, 가장 두려운 대상은 선배 연기자와 신인 연기자죠. 몇 십년을 연기에 몸 담은 선배님들 입장에서 보면 이번에 상을 못 탄다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잖아요. 신인 같은 경우에는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연기를 잘 해냈으니 상을 주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구요. 저와 양조위가 UFO영화사의 영화에 출연해서 똑같이 후보에 오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院世生이 무의식 중에 레슬리는 상에 별로 연연하지 않을 거라면서 양조위에게 표를 주자고 했대요. 제가 연연하지 않는다니요. 후보에 오른 이상, 상에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한걸요. 院世生까지 그렇게 이야기한 마당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뻔하죠. 분명해요. 레슬리는 상을 많이 타 봤으니 별로 신경 쓰지 않겠지라고요. 이번 금마장에서는 苗天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저 바둑알이 되긴 싫다

 

: 레슬리, 《춘광사설》이 개봉했을 때, 처음에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영화 보러 안 갔잖아요. 영화를 보기가 두려웠었던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왕가위 감독과 촬영하면서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잖아요. 그가 당신의 출연분을 대폭 삭제하고 조연처럼 편집해놓아서 기분이 안 좋을까 걱정이 되서 일부러 안 보려고 했던 거 아닌가요? 거의 상영을 내릴 때 쯤에, 당신의 연기가 호평을 받으니 극장에 가서 봤잖아요.

 

: 그래요. 小淸과 같이 가서 봤어요. 근데 사실 그날 늦어서 양조위와의 베드씬을 보진 못했지만, 왕감독이 절 편집했을까봐하는 걱정은 안 했어요! 제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는데, 편집하기 아까웠겠죠. 칸느는 제가 가길 원치 않았어요. 왕가위 감독과의 사이가 좋지 않은 건 제가 그의 방식을 좋아하지 않아서죠. 그에게 있어 배우는 항상 바둑알에 불과하죠. 배우는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무슨 씬으로 시작하고 무슨 씬으로 끝나질 모르죠. 그저 그가 하자는 대로 할 뿐이죠. 전 시나리오가 있고, 제가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촬영 방식을 선호해요.

 

: 하지만 그의 손 위에서 당신은 언제나 그 진가를 발휘하는걸요. 오늘날의 당신이 있는 건 지금까지 많은 훌륭한 감독들이 당신을 자신들의 영화에 출연시킨 덕분이잖아요. 당신이 출연한 왕가위의 영화와도 관련이 있는걸요.

 

: 왕가위 감독뿐만 아니라, 첸카이거 감독도 절 캐스팅해서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냈어요.

 

: 훌륭한 영화에 많이 출연해야만 훌륭한 배우라고 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패왕별희》한 편만으로는 우연이라고 말할 거에요.

 

: 그 말도 일리가 있어요. 왕가위 감독에게는 좋은 배우가 많이 있죠.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어요. 그건 왕 감독 한 사람만의 공로가 아니에요. 편집을 맡은 장숙평도 있고, 촬영을 맡은 두가풍도 있죠.

 

흥분해서 커피를 쏟다

 

: 그럼에도, 당신은 여전히 왕가위의 손 위에서 특별히 빛을 내고 있잖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아비정전》이에요. 당신은요? 자신이 가장 연기를 잘한 영화는 뭐죠?

 

: (2분을 생각하더니) 《연지구》에서의 연기가 가장 좋았던 거 같아요.

 

: 아니겠죠. 哥哥, 왕가위를 좋아하지 않아서, 《아비정전》을 칭찬하고 싶지 않은 거 아닌가요. 하나만 묻겠어요. 앞으로 왕가위가 영화를 찍자고 제의한다면, 같이 일할 거에요?

 

: 인연이 닿는다면요.

 

: 지난 번에 아르헨티나에서 촬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당신은 홍콩으로 돌아가서 콘서트를 하려했다고 하던데요. 스탭들이 당신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당신은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면서요. 결국 당신은 50만 달러의 추가 개런티를 요구해서 촬영을 했다면서요. 그 때문에, 당시 스탭들은 "장국영은 스케줄 때문에 촬영을 거부한게 아니라 돈 때문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는데요.

 

: 그런 일은 없었어요!(얼굴 가득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커피가 테이블보위로 쏟아졌다. 항상 바른 모습만을 보여주는 장국영에게 있어 이런 상황은 흔히 일어나지 않는데 말이다.) 어디에서 그런 소리를 들으셨어요? 제가 바로 증명할 수 있어요. 그 사람들에게 장부를 보여달라고 하세요. 제가 그 돈을 가져갔다면, 분명히 장부가 있을 거에요. 당신도 그들이 제게 그런 현금을 주지 않았다는 걸 믿잖아요. (레슬리는 탁자 위의 커피를 닦으면서, 나에게 설명해주었다. 그의 흥분한 모습을 지켜본 난 그가 일부러 50만 달러 일을 숨기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알아보니 장국영은 왕가위로부터 50만 달러의 추가 개런티를 받은 적이 없었다.)

 

양자의 연예계진출을 거절하다

 

: 왜 제가 《춘광사설》에 출연하기로 결심했는 줄 아세요. 왕가위가 저에게 뭐라고 얘기했는지 아세요? 그는 동성애와 관련된 영화를 찍고 싶다고 했죠. 대부분의 동성애영화가 동성애를 왜곡했는데, 그는 정면에서 바라본 그런 영화를 찍고 싶다고 했죠. 전 그에게 그럼 왜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금성무를 캐스팅하지 않냐고 물었죠. 그는 홍콩인의 동성애영화를 찍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전 승낙했죠. 하지만, 나중에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그는 장진(대만배우)을 캐스팅했죠. 어찌 됐던 간에, 상관없어요. 저랑 방식이 다른걸요. 전 뭐든지 자세하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말을 하죠.

 

: 레슬리, 어떻게 하다 양자를 삼은 거죠? 나중에 나이 들어서 돌봐줄 자식이 없을까봐 걱정되서, 양자를 삼아서 공부를 시키는 건가요?

 

: 전 제가 어렸을 때 가지지 못했던 걸 사람들에게 주고 싶었어요. 그건  바로 가족의 정이죠. 阿正은 정말 귀여워요. 공부도 잘 하구요. 제 말도 잘 듣죠. 제가 옳은 결정을 한 거죠. 전 그 애에게 공부를 시켜주고 있어요. 그 아이는 일년에 3번씩 홍콩으로 오는데, 저에 비하면 정말 행복한 편이죠. 전 영국에서 공부할 때, 일년에 한번 홍콩으로 돌아오기도 어려웠거든요.

 

: 阿正은 지금 키가 굉장히 크고 잘 생기고 몸매도 좋잖아요. 연예계에 진출시킬 생각은 없어요?

 

:  장국영의 양자라는 이름으로요? 안 돼요. 연예계에 진출시킬 생각은 전혀 없어요.

 

: 당신 친자식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 애 친부모는 아무 말도 안 하는데, 대부에 불과한 당신이 이렇게 말하는 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안 드나요?

 

: 공부를 잘 하는데, 왜 공부를 안 시키겠어요? 굳이 공부를 잘 하고 있는 아이를 연예계에 진출시킬 필요는 없죠.

 

: 역시 연예계의 쓴 맛을 본 대스타다운 발언이네요.

 

베를린으로 가서 심사위원직을 수락하기로 결정

 

(榻嘉珍이 영문 시나리오를 가지고 도착했다. 베를린영화제에 불참하기로 결심한 장국영은 내가 한 말 때문인지, 갑자기 榻嘉珍과 스케줄 논의에 들어갔다. 결국, 그는 베를린에 가기로 결정하고, 小淸에게 영국에 가서 양자를 만나 함께 뮤지컬을 보러 가겠다고 말했다.)

 

: (嘉珍에게) 당신이 감제로 참여하는 엽영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기로 했어요.

 

嘉珍 : 응? 이동승 감독과 얘기를 해봐야 하는데, 그도 영화 촬영을 준비 중이거든, 마찬가지로 내가 감제로 참여하는........

 

: 이동승 감독은 무슨 영화를 찍는데요?

 

(嘉珍은 일본 야쿠자에 관한 영화라면서 현재 자료 수집 중이라고 말했다.)

 

: (신나해하며 자신있게 손을 잡아끌면서) 남자 주인공은 또 저죠.

 

: 哥哥, 까도리산으로 이사하고, 파파라치들이 그림자처럼 까도리산까지 따라갔는데, 기분이 어때요? 정말 싫지 않아요?

 

: 상관없어요. 黎智英 덕에, 파파라치들이 부동산을 통해 제 집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잖아요. 그런 일이 없었다면 제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그 집을 팔았겠어요. 이렇게 비싸게 집을 팔았으니, 오히려 黎智英에게 감사해야죠.

 

연기는 키와 상관없다

 

: 다른 질문을 하죠. 지금껏 헐리우드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건 외국인들과 비교해서 작은 당신의 키 때문이 아닌지요?

 

: 키요? 임빙씨, 연기를 키로 한다고 생각하세요? 탐크루즈의 키가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로버트 드니로가 영화 《추억》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어떻게 키를 맞췄는지 아세요? 알파치노, 더스틴 호프만이 키가 얼마인지 아세요? 임빙씨, 연기는 키와 상관없어요. 여기로 하는 거죠.(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한바퀴 돌려서 가리키며, 약간은 흥분해서 누님이라고 불렀다고, 또 다시 임빙, 임빙이라며 이름을 부른다.)

 

: (난 이런 장국영이 좋다. 흥분을 하면 자신의 속에 담긴 말을 다 하고, 언제나 속마음을 꾸밈없이 드러내는 모습이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그의 모습이다.)

 

 

 

* 홍콩의 유명 연예계 칼럼니스트인 임빙은 2004년 63세의 나이로 별세하였습니다. 평소 친분이 있는 작가와의 인터뷰인지라 다른 인터뷰 내용에 비해 굉장히 편안하고 솔직하게 이야기 풀어나가는 哥哥의 모습을 느낄 수가 있는 인터뷰입니다. 부족한 번역이지만, 哥哥의 솔직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