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로서...

 

 

- 자신이 연기한 영화에 대해서, 여러 번 보기를 좋아하는 편에 속하나요? 아니면 그다지 보지 않는 편인가요?

  음, 아마도 보지 않은 편에 속할 것이다. 다시 볼 경우, '음, 저 장면은 안 좋아''저 장면은 이렇게 연기했으면 좋았을텐데' 이렇게 생각하게 되고, 아주 신경 쓰인다. 연기를 할 때에는 깊이 몰입하며, 시간이 없고 정력적으로, 나아가 객관적으로 보고, 단숨에 연기를 끝내고, 이후에 다시 볼 때,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소홀했던 부분은 쉽게 눈에 띄이지만, 좀 생각해보고, 후회해봤자 이미 바꿀 방법이 없다. 정상적인 심리각도에서 보면 또한 나쁘다.

 

- 지금까지 연기한 배역 중에, '이 역은 완벽하게 해냈다'라는 것이 있었나요?

  (정말 망설이지도 않고)없다. 모든 영화를, 후에 다시 볼 때는, '만일 지금 다시 한다면, 훨씬 더 잘 연기할 수 있을텐데'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 이전의 영화와 비교해서, 당신의 연기는 확실히 성숙되었는데, 특별히 애정영화에서의 진보가 크다, 이것은 경험의 축적 때문인가요? 아니면 고심해서 연구한 결과인가?

  뭐라고? 애정영화 진보가 크다고?(하하^__^) 만일 그렇다면, 당연히 개인의 경험도 반드시 도움이 됐을 것이다, 게다가 화면의 끊임없는 연출과정 중, 점점 진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기는 은행의 통장과 같아서, 끊임없이 돈을 은행에 저금해야만, 일정한 시간까지 수확의 계절을 기다려야 한다. 오이가 익으면 꼭지는 저절로 떨어지는 것이고, 물이 흐르는 곳에 도랑이 생기는 법이다(조건이 성숙되면 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떤 사람은 일찍이, 어떤 사람은 늦게, 어떤 사람은 평생을 쓰고도 진보가 크지 않다. 당연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감독을 만나는 등의 많은 요소들이 필수적이다.

 

- 애정영화뿐만 아니라, 스크린으로 보여지는 당신의 뒷모습·손동작·발동작 하나하나 모두 당신만의 독특한 일면이 있다, 설사 하나의 윤곽만이라도 당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다. 그러한 모습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인가요? 아니면 의식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인가요?

  결코 특별히 의식했던 적은 없다. 매우 자연스럽게 생성된 것이다. 나는 연기에 무슨 방법론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코 의식해서 무언가를 연기하지 않았다, 단지 하나 하나의 장면에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동작을 했을 뿐이다. 주인공이 되어서는 그에 맞는 동작들을 했을 뿐이다. 어떤 연기자는 자신의 가장 알맞는 촬영각도는 45도라는 등등, 이런 식으로 연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의식적으로 표정이나, 동작 등을 연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평소에 자신이 하는 행동으로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좋은 것이다. 그러나, NG가 나서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찍을 때는,  다양한 방법으로 연기변화를 시도한다. 이렇게 할 경우, 연기에 조금의 변화가 생기더라도 배우의 연기만 좋다면, 감독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냥 자르기가 아깝지 않겠나?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이 보는 장면은 정말로 좋은 장면들로만 구성된 것들이다.

 

- 그러나, 어떻게 말하더라도 좋은 연기자와 그렇지 않은 연기자의 연기는 다릅니다.

  당연하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연기자 혹은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연기자는 그들의 연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연기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데, 이것은 그들에게 독특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모방하지 않아야, 자신만의 설득력이 생긴다. 전자와 비교해서, 중간수준의 연기자, 바로 타고난 재능이 없는 보통수준의 연기자는 어떤 연기를 해도 별 차이가 없고, 관중들로 하여금 그 배역의 진면목을 느끼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큰 도전을 하길 원하지 않는다.

 

- 당신은 현재까지 많은 여자배우와 연기를 해왔는데, 여자 연기자의 나이는 점점 젊어져 갔는데, 당신에게는 줄곧 어떤 변화도 없었는데요. 그러나 실제로는 나이가 점점 들어가서, 여자 배우와의 세대 차이같은 것은 느끼지 않았나요?

  그렇다. 확실히 그렇다.^_^ 사실을 말하자면 최근에 함께 공연한 것은 공연이라기보다는 마침 학생을 가르친다는 느낌이었다. 촬영장에서는 완전히 선생님이 된다.^_^ 그러나, 비록 세대차를 느끼기는 하지만, 나는 실제나이보다 어려보이기 때문에, 만약 같은 나이또래의 여자배우와 같이 연기를 한다면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어쩔 도리가 없다.

 

주연을 맡은 영화에 관하여...

 

- 당신이 주연했던 영화에 관해서 묻겠는데요, 먼저, 지금까지 가장 연기하기 어려웠던 배역은 무엇이었나요?

  (잠시 생각한 후)<春光乍泄>의 何寶榮이다. 그 영화를 찍을 때의 내 몸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또 콘서트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에 스케줄이 매우 빡빡했다. 王家衛감독은 대본의 촬영방법을 미리 준비하지 않아서, 주위의 모든 상황에는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특별히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하던 간에 사람들이 싫어하는  何寶榮, 이 사람을 어떻게 연기해야 비로소 강한 매력을 얻을 수 있는지 그 당시의 나로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黎耀輝 역은 의외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심리적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何寶榮은 실제 어떠한 공감도 느낄 수가 없었다....연기가 나쁠 경우에는 사람들로 하여금 역겨움을 느끼게 할 만한 배역이었다. 설사 이 배역을 연기한다 하더라도 관중들의 눈 속에 도대체 어떤 인상을 남긴다 말인가?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었다.

 

- 그러나, 당시은 이 何寶榮이라는 배역을 성공적으로 이뤄냈고, 홍콩영화금상장과 대만금마장시상식에서 최우수남우주연상후보에 올랐습니다.

  그것은 정말로 의외였다. <春光乍泄>에서 나는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후보에 지명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 <阿飛正傳>과 <東邪西毒>에서 연기한 배역에 대해서, 당신은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상은 평론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이다.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는 나 스스로 말할 수 없다. 만일 어떤 한 영화에 대해서 스스로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영화를 묻는다면, <覇王別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칸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일본에서도 좋은 평을 받았다.

 

- <春光乍泄>의 아보영과 비교해서, <覇王別姬>의 蝶衣는 연기하기가 수월했나요?

  그렇다. 성격상으로도 좋았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특별히 그의 예술과 사랑에 대한 집착은 매우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단지 북경어와 경극을 하는 데에 조금의 어려움이 있었다. 어쨌든 모두 잊기 어려운 기억을 남겨주었던 영화였다.

 

- <金枝玉葉>에서 묘사한 것은 연예계인데, 팬들은 주인공인 顧家明은 당신 자신을 연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 나는 작곡가도 아니고, 피아노도 칠 줄 모른다.(하하^_^) 확실하게 독신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점이 있다... 영화 속에서, 만일 비슷한 부분을 말하라면, 생활방식 ·인생관의 보수적인 면을 들 수 있다. 그 외에는, 내 성격이 조금 나타나기는 했다.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반응은 정말로 나타난 것이다. 사실이 아닌 거 같은가?

 

- 원래는 그랬군요. 그 장면은 당신의 실제상황이었군요. 그 공포감을 표현하는 그 장면은 정말 연기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그러나, 당신과 이야기를 해보고 나니, 확실히 고가명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껴져요.

  아, 그런가? 조금 보태서 이야기하자면, 30%정도는 비슷하다. 사실, 내 생각엔 그 주인공은 나보다는 감독인 陳家辛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 마침 陳家辛감독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저는 감독에 관해서 질문을 하겠어요. 당신과 첸카이게감독은 <覇王別姬><風月>에서 같이 작품을 했는데, 내 생각에 그는 당신을 아주 알아주는 감독중의 한 사람인 거 같습니다.

  확실히 그는 나와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風月>은 나를 주인공으로 결정한 후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작품이었다.

 

- 그의 <暗殺秦始皇>작품은, 처음에 당신이 주연하기로 되어있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요...

  요청이 있었다. 그러나 스케줄에 문제가 있었다. 그 영화는 1년여의 촬영시간을 요했지만, 나는 순회콘서트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다른 이유는 영화의 주인공은 중국인의 머리 속에서 크고 강한 이미지로 남겨져 있어서, 나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 王家衛 감독과 徐剋 감독의 영화 중에서, 서로 다른 이미지를 연기하였는데, 이것은 두 감독들이 가지고 있는 당신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서인가요?

  역시 그들은 나의 다른 면들을 봤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의 영화 내용 역시 다르다. 王家衛감독의 영화는 독특하며 퇴폐적이라고 할 수 있는 허무한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의 영화가 시대·공간의 설정이 다르더라도 그가 묘사하는 세계는 그 한가지이다. 그러나, 徐剋감독의 영화는 일종의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사상을 담고 있다. 비록 화면은 어둡지만, 결국은 어느 장면에서 희망과 광명이 담겨져 있다.  그들의 각 영화에서 이러한 구별들이 나의 배역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한다.

 

- 이번, 張之亮감독의 <流星語>촬영현장을 본 후에 놀란 것은, 당신은 감독과 영화에 대해 상의를 필요로 하지 않고 완전히 혼자 그 배역을 소화해냈다는 것인데요, 촬영 내내 줄곧 그랬나요?

  기본적으로 그렇다. 감독은 나의 연기에 그다지 관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와 처음 작업하는 감독은 영화를 시작할 때 참을 수 없어한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배우들의 연기는 감독이 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적으로 촬영에 돌입하면, 그들은 곧 나의 연기를 인정하고, 또한 기본적으로 나의 의견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의 사고방식은 다르기 때문에, 나의 의견도 항상 감독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는 어떤 배역이건 매우 잘 돌입하고, 좋은 영화를 찍고 싶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감독과 의견이 일치한다.

 

- 연기방면에서 말한다면, 당신이 촬영할 때는 감독이 필요 없다는 건가요....?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감독이 필요 없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연기자는 제 1자의 입장에 있는 것이고, 제3자의 입장으로 연기를 봐줄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감독이 존재하는 것이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당연히 감독과의 사이에서 의견차이가 생기긴 하지만, 이것 역시 좋은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서이다. 나는 한 사람의 연기자로서 매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감독들을 많이 만났으니... 오우삼, 첸카이케, 왕가위, 진가신, 장지량 등... 모두 매우 우수한 감독들이다. 그들은 나를 좋은 연기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나는 어떤 것보다도 기쁘다. 본질적으로 좋은 영화가 되는냐 되지 않는냐는 감독에게 달려있다. 감독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나는 한 편의 영화는 보물이고 감독은 열쇠라고 생각한다. 보물을 여는냐 열지 않는냐는 완전히 감독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현재 목표는 감독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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